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 시니어하우징을 가다Ⅰ
본문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 시니어하우징을 가다Ⅰ』
따로 또 같이, 따스한 공동체
‘파드크내픈’
따로 또 같이, 따스한 공동체
‘파드크내픈’
「액티브 시니어로 대표되는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노인세대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영역 모두 경제적인 안정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원하는 이들의 주거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돌봄이 필요한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민간영역은 극소수의 고소득층만이 부담할 수 있는 주거시설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티브 시니어는 어디에서 노후를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지구 반대편 북유럽에는 액티브 시니어의 주거문제를 선제적으로 고민한 국가가 있다. 개인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스웨덴은 1992년 돌봄 및 의료서비스의 책임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며 액티브 시니어가 지역사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주거형태가 발달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스웨덴 시니어하우징이 어떠한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다양한 주거형태에 거주하는 입주민과 주거전문가를 만나보았다.」
스웨덴 최초의 시니어 코하우징 파드크내픈
파드크내픈 코하우징 건물 전경. 김혜지 연구원
첫 번째 방문지로 스웨덴 최초의 시니어 코하우징인 파드크내픈(Kollektivhuset Faerdknaeppen)을 찾았다. 코하우징(Cohousing)은 독립적인 주거공간과 함께 주방 및 식당이나 거실, 세탁실과 같은 공용공간을 만들어 공동체 생활을 하는 협동주거 형태를 일컫는다 (최정신, 이안 폴손, 2015) . 파드크내픈에 방문했을 때 감사하게도 입주민인 메떼 셔스타드(Mette Kjoerstad)씨가 코하우징 내부투어와 인터뷰를 허락해주어 건물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파드크내픈은 1993년에 설립되었다. 노후 주거환경에 관심이 높던 중장년들이 모여 독립적으로 살아가지만 이웃과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고, 자신이 이전에 살던 큰 평수의 집에서 나와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넓은 주거지로 이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주거시설을 고민한 결과였다.
입주민 아파트는 주방과 방 1~3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기는 37~75㎡(10~22평)의 소형 평수로 이루어져 있다. 입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공용공간은 400㎡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주방, 식당, 거실, 세탁실, 헬스장, 사우나, 사무실, 도서관, 컴퓨터실, 목공방, 의류 수선실, 창고, 게스트룸, 정원 등).
* 2023년 2월 6일 오후 3시 30분 환율 118.71원 기준
입주민들이 운영해가는 ‘시니어 코하우징’
Mette(왼쪽 첫 번째) 씨와 입주민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김혜지 연구원
메떼 씨에게 파드크내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들은 후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중 저녁에는 34크로나(약 4,000원)를 지불하면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입주민들은 팀별로 6주마다 식사 준비에 세 번, 건물 청소에 한 번 참여하고 코하우징의 다양한 관리 및 문화활동을 책임지는 한 개 이상의 운영그룹에 가입해야 하지요.”
메떼 씨는 이러한 운영 규정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영그룹 활동 공지사항 게시판. 김혜지 연구원
소파회의가 개최되는 공용도서관. 김혜지 연구원
나누고 기획하며 함께 일구어 나가는 액티브 시니어의 삶
파드크내픈의 또 다른 특징은 활발한 사회공헌과 여가활동이다.
작년에는 메떼 씨가 소파회의를 소집하여 우크라이나 긴급구호를 위한 지원물품을 모아 구호를 지원하는 우편서비스 공기업 PostNord에 전달했다. 정기회의에서도 관련 사항을 논의하여 구호를 위한 물품 구매에 3,000크로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을 돕고자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수익을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문화행사도 활발해 다양한 강연 및 공연 행사, 나들이 행사 등이 개최된다. 강연자와 공연자에게는 코하우징 옥상에서 생산되는 꿀 한 병을 보수로 제공한다. 입주민들이 함께 여행을 가는 경우 활발한 소통과 팀별 분업을 통해 공동체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사 같은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더욱 독립적인 여행이 가능해진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파드크내픈은 시니어와 지역사회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될 뿐만 아니라 입주민들이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곳이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던 메떼 씨도 비슷한 연령대의 입주민들과 함께 살며 공동체의식을 형성할 수 있어 입주하게 되었다. 메떼 씨는 입주 이후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배워나가고 있다. “작지만 끈끈한 공동체에서 서로 조언과 도움을 구하면서 내가 이곳에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공동활동에 참여하면서 파드크내픈에 대한 소속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더불어 메떼 씨는 “물론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경험하거나 타협해야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면서 노년의 삶에서도 내적으로 성장하며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시니어 코하우징에 대한 메떼 씨의 만족도와 자부심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 시니어 코하우징은 다양한 지원주체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50개 이상의 코하우징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설립되었으며 (Kollektivhus NU, 2018) 시정부 산하 주택회사는 시니어 코하우징 건물을 임대해주거나 웹페이지 및 홍보책자를 통해 코하우징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전국 코하우징을 관할하는 협회(Kollektivhus NU)는 코하우징 간 교류를 지원하며 코하우징 관련 정책 옹호와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 김혜지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연구원
최정신, 이언 폴손 (2015). 스칸디나비아의 시니어 코하우징. 서울: 어문학사
Google 지도 (n.d.). Fatbursgatan 29. [지도]. Retrieved from / bit.ly/3XEZCro
Kollektivhuset Fardknappen (2022. April 21). In english. [웹사이트 게시물]. Retrieved from https://fardknappen.se/in-english/
Kollektivhus NU (2018. August 18). The Swedish national association Cohousing NOW. [웹사이트 게시물]. Retrieved from http://kollektivhus.se/english/the-swedish-national-association-cohousing-n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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