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집 짓기보다 입주자가 최우선이다" > 회원스토리

본문 바로가기

고객센터

좋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인생 2막을 만들어 갑니다.

회원스토리

회원 스토리

좋은이웃, 시니어의 새로운 시작

김수동 "집 짓기보다 입주자가 최우선이다"

작성일 24-12-18 13:02

본문

김수동 "집 짓기보다 입주자가 최우선이다"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집짓기 전 구성원간 소통이 중요"
"미래의 '시니어타운'은 겉보기가 아닌 그 안에 담기는 알맹이가 중요"

1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해솜 객원기자] 집이란 무엇인가. 가족이 모이고, 따뜻하게 차린 밥상이 기다리는 곳. 전통 사회에서 집은 정감이 넘친다.

세상 달라지고 보니 점차 가족 구성원의 의미가 바뀌었다. 혈연이 아니어도 좋다. 나와 마음 맞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나이 들고 익어간다.

문제는 어떤 시니어타운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곳인지 겉으로만 봐서는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노년의 은퇴자라면 한 번쯤은 시니어타운에서의 삶을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이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미래의 올바른 공동체 주택 모델을 개발해 널리 전파하고 있는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의 김수동 이사장을 만났다.

김수동 이사장은 시니어타운의 현주소를 손에 잡힐 듯 설명해줬다.

“초기 시니어타운 사업의 대부분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다만 경기흐름에 따라 괜찮았던 사업자도 분양 문제 등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부도가 난 사례도 적잖이 있습니다. 이제는 고급형 시니어타운 정도만 남아있고 실제로 '시니어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시니어타운 입소를 희망한다고 해도 갈만한 곳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자 주거 입장에서 봤을 때 일반적 형태의 시니어타운 중에는 성공적이고 의미있다고 평가할만한 사례가 없다”고 단언했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시니어 타운 입주자는 단순히 서비스의 대상일 뿐이다. 기획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고, 입주자는 따라야 할 크고 작은 규칙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노년 즉 시니어들에게 편리하고 유익하리라 생각했겠지만 과연 그럴까. 사실 일본은 물론 서구사회에서도 일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 주택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추세다.

김 이사장은 설명이 물흐르듯 이어진다. “나 혼자, 내 집에서, 나의 삶을 살던 시니어는 혼란을 겪을 수도 있죠.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특히 시니어에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과거의 삶이 시니어타운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과 동시에 다 바뀌잖아요. 그러니 일상 생활이 불편해지겠죠."

김 이사장은 그같은 실상을 알기쉬운 예를 들어 풀어나간다. "예컨대, 시골사는 부모가 걱정돼 자식들이 부모님을 시니어타운이나 도시에서 모시겠다고 해도 절대 안 가려하잖아요. 그것은 바로 좋은 공간, 좋은 서비스가 노년의 삶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노년의 주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와 에이징 인 커뮤니티(Aging in community)다. 즉, 자기가 익숙하게 살아왔던 집과 마을, 공간, 커뮤니티, 지역 사회에서 맺고 있던 관계들이 시니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김 이사장이 던지는 불쑥 던지는 질문 속에 시니어타운 선정 문제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이 풀리는듯 싶다. “자기 삶을 잘 관리하고, 관계망이 탄탄한 시니어라면 익숙한 공간에서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기기 마련이죠. 관계를 형성해 시니어가 쉽게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면 살아볼만한 시니어타운이 되지 않을까요?”

2
"미래의 시니어타운은 건강하고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김이상의 지론이다. 김 이사장의 걸음 마다 자연친화적 느낌이 묻어나는 듯 싶다. 사진. 구혜정 기자


시니어타운은 여생이 아닌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곳

고령화사회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노년의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과거 개념으로 지어진 시니어타운은 현재 은퇴자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

은퇴 후 10년, 20년이 아니라 세컨드 라이프, 서드 라이프로 생애주기가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요양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에 맞는 시니어타운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시니어타운'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김이사장은 그같은 덕목을 갖춘 시니어타운의 대안으로 코리빙 하우스를 꼽았다.

김 이사장은 "그런 점에서 최근 도시 중심가에 많이 생겨난 코리빙하우스(Co-living house)가 시니어타운의 지향점과 닮아있다"고 강조했다.

코리빙 하우스는 독립적인 개인 공간뿐 아니라 타인과 함께 사용하는 카페, 다목적실, 세탁실 등의 공유 공간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리빙하우스에 상주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입주자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입주자가 느슨하게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김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짚고 넘어간다. “여기까지는 시니어타운도 코리빙하우스와 비슷한 형태를 띱니다. 시니어도 평소 원활한 삶을 유지하니까요. 문제는 고령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부딪치면 손을 덜어주는 선에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정도를 제공하면 됩니다. 식사를 준다든지, 병원갈 때 동행한다든지, 혹은 이런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요구하고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김 이사장은 특히 “고령자의 주택도 과거에 시설이라는 개념을 탈피해, 독립적인 생활을 기본적으로 하되 자연스럽게 수요자의 욕구에 따라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촉진할 수 있는 이런 추세로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커뮤니티 기능까지 갖춘 독립생활이 가능한 집' 이런 곳이 바로 시니어타운의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얘기다.


시니어타운 예비 입주자들을 어울리게 하라

시니어타운에 모여 살 입주자가 특정되어 있다면,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의견을 나누는 것이 단순히 집을 짓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지론이다.

“공동체 주택을 지을 때, 집 짓고 나서 사람들이 덜렁 들어가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이 집에서 어쨌든 함께 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거잖아요. 입주하기 전에 공간은 어떻게 만들고, 어떤 활동을 하고 살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많은 논의를 하고 들어가야 해요. 이런 활동을 충분히 한 뒤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나서 입주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짜 살아있는 관계로서 시니어타운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으니까요.”

나이든 모르는 사람끼지 그냥 모여 사는 게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와 인정을 토대로 어느 정도 마음의 공감대를 이룬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간이 진정한 시니어타운이라는 얘기다.

고급 시니어타운의 경우 시설, 서비스, 의료 혜택 등을 중시한다. 입주자의 개인 취향은 그다지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니다. 한 공간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전략과 기획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살 것인지, 그들이 시니어타운에 들어오기 전과 후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제대로 기획되어야 하고, 가상 시나리오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니어타운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 개개인의 삶이 중요합니다. 이걸 빼고, 공간과 서비스만을 이야기했던 게 문제였던 셈이죠. 만약 어떤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로 확정돼 있다면 모든 게 가능합니다. 시니어타운에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은 마지막 생까지 살 사람들이잖아요.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상당히 다른 차원의 시니어타운이 탄생할 겁니다. 시니어타운은 무엇보다 격리된 공간이 아니라 외부와 교류하기가 쉬운 곳이어야 해요. 가족들이건 누구건 항상 편하게 오갈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런 시도를 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었죠.”

김 이사장은 노년의 삶에 있어 위험 요인으로 '사회적 고립'을 꼽았다. 초기 시니어타운은 입주자의 고립감 혹은 외로움을 좋은 시설과 서비스로 감당하거나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제대로 된 대안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갈길이 막막해보이기도 했다. 일반주택처럼 분양만 하면 끝이 아니었다.

재원 투자와 긴밀한 내부 프로그램, 운영 방안 등이 있어야 시니어타운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금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특화된 프리미엄 시니어타운 시장만 근근히 유지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대한민국 시니어타운의 현주소였다.

김이사장은 바람직한 시니어타운을 위해서는 좋은 공간과 좋은 관계 두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개인 스스로가 원하지 않아도 한 공간을 공유하는 곳은 시설밖에 없어요. 교정시설이나 감옥, 학교, 군대 이런 곳이 대표적 사례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시니어타운은 시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시니어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동체를 멋지게 지어놓았으니 사람들 불러 모아 놓고는 좋은 이웃으로 지내라고 하는 식이죠. 하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관계는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야만 비로소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공간만 지어놓고, 어울려 살라고 하는 것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폭력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어요.”

3
김수동 이사장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 '여백' 두개의 동 중 '파란 여백' 입구. 김 이사장은 이 집을 짓는 동안 함께 살 조합원들과 자주 모여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 뒤 입주했다. 사진. 구혜정 기자

김 이사장은 2016년에 공통주택 '여백'을 지어 다양한 세대와 살고 있다.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가구와 공간은 물론 문화도 공유한다. 집을 짓기 1년 반 정도는 한 달에 적어도 두세 번 만나 함께 살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입주하기 전부터 끈끈한 유대감과 동지애로 시작했으니 지금도 여전히 행복한 공동주택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만들 계획이라면 사전에 입주 예정자들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것을 절대적으로 권합니다. 특히 시니어타운에 오시는 한 분, 한 분이 만만치 않는 분들이 모일 것이라고 봅니다. 고학력에 저명인사에, 자의식도 세고 말이죠. 성숙하신 분도 있을 거고, 자의식이 너무 세서 한 번도 굽혀보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인간관계는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금씩 열어야만 연결이 가능해요. 처음에는 일단 모두 경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라포를 형성하고, 서로 알아가야 한다. 라포(rapport)란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인간관계를 뜻한다.

작은 협력과 서로의 이해를 통해 살면서 지켜야할 법칙과 거리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보통 1년 이상씩 시간이 걸린다. 이런 것들을 통해 시니어타운에 '주민자치'가 가능하게도록 관계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김 이사장은 역설했다. 다음과 같은 조언고 잊지 않았다.

“시니어타운 입주에 앞서 관계형성이 제대로 잘 되지 않으면 상당히 힘듭니다. '아름다운 지옥'이 될 수도 있거든요.” 

4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구혜정 기자
[권해솜  미디어SR 객원기자 ]
공동기획